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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투자 상품·개념

금융상품 평가지표 제2편_변동성

고품질 수익률의 조건, 변동성


 금융상품 평가지표 제1편에서는 수익률의 개념에 대해 이야기 해보았다. 수익률이 높을수록 더 좋다는 똥만도 못한 소리를 길게 늘어 놓았던지라, 이번 편에서는 변동성이라는 조금 더 재미있는 개념을 준비했다. 과연 변동성(Volatility)는 무엇인가? 직관적으로 설명해보면 아주 그냥 X 될 수 있는 가능성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미지의 X, 그것이 똥인지 된장인지는 알 수 없다. 즉, 변동성이란 방향 개념 없이 그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벗어날 수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로, '불확실성' 그 자체라고 할 수 있겠다. 평균으로부터 벗어난다라...어라? 이거 또 막 아른아른한 학창 시절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가? 그래, 표준 편차! 기억이 가물가물할 독자를 위해 표준 편차의 사전적 정의를 빌려보면, '자료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퍼져있는지를 나타내는 대표 수치' 라 할 수 있겠다. 투자 세계에서 수익률이 평균 개념이라면, 변동성은 표준 편차이다. 커피는 TOP. 그렇다면 이 수익률과 변동성이라는 숫자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A라는 투자 상품의 기대 수익률은 연 4%요, 변동성은 연 7%라고 해보자. 이를 인간의 언어로 풀어 쓰면, A라는 상품에 투자하면 1년 뒤 -3 ~ +11% (평균±변동성) 범위의 수익을 얻을 확률이 68%라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나머지 32%는? 연 수익률이 -3% 보다도 낮거나 반대로 11% 이상이 될 확률이 각각 16% 된다. 이 확률들은 어떻게 나온 것일까? 이제 본격적으로 변동성의 세계로 빠져보자.



 앞서 변동성은 표준 편차의 개념이라고 했다. 따라서 계산 방식 역시 표준 편차와 동일하다. 표준 편차의 계산은 아래 산식과 같이 (1) 각각의 데이터에서 평균을 뺀 편차들을 구해준 뒤, (2) 이를 각각 제곱해 양수 형태로 변환시켜 주고, (3) 해당 값들의 평균을 계산한 다음, (4) 도로 제곱근을 씌워 원래의 스케일(단위)로 되돌려준다. 위 (2)의 과정에서 모든 편차 값들을 제곱하게 되므로, ± 부호가 나타내던 방향의 속성이 사라지고 오직 퍼짐의 속성만이 남게 된다. 



 그렇다면 왜 굳이 절대값을 씌우지 않고, 제곱을 하느냐라는 의문이 들지 모르겠다. 본인 역시 수학에 조예가 깊지 않아, 명쾌한 설명은 하지 못하겠다. 다만 직관적으로 보면, 절대값은 단순한 '거리'의 개념인 반면, '퍼짐'의 개념이 아니기 때문이다. 예로 10과 2의 두 값이 있다고 했을 때, 이들과 최소 '거리'에 있는 숫자를 찾아보면 10과 2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수들이 해당된다. 3 이라고 해도 두 값과의 평균 거리는 (|10-3|+|2-3|)/2 = 4 이고, 5라고 해도 평균 거리는 (|10-5|+|2-5|)/2 = 4 로 동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곱의 개념으로 [(10-x)^2+(2-x)^2]/2 를 최소화하는 숫자는 오직 하나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바로 10과 2의 평균값인 6이다. 따라서 평균으로부터의 퍼짐 정도를 표현하기에는 절대값 보다 제곱이 더 적절한 것이다. 


 그럼 변동성이 표준 편차라는 것은 알겠고, 서두에 말했던 평균±변동성 범위와 확률 이야기는 다 무엇이란 말인가? 정규 분포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자연은 물론 인간 사회의 많은 현상들이 이 정규 분포를 따른다는 이야기말이다. 이러한 정규 분포의 형태가 바로 표준 편차에 의해 정의된다. 즉, 평균을 중심으로 좌우 1표준 편차 안에 전체 데이터의 68.26%, 2표준 편차 안에 전체 데이터의 95.44%, 3표준 편차 안에 전체 데이터의 99.74%가 존재하는 좌우 대칭의 종형 분포가 바로 정규 분포이다. 이러한 정규 분포를 그래프로 표현하면 아래와 같은 확률 분포를 그린다. 어째 익숙하지 않은가? 


 일반적으로 주식 수익률 역시 정규 분포 형태를 따른다고 여겨지기에, 수익률의 범위를 예측하고 위험을 측정하는데 있어 이 표준 편차 개념이 사용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한 설명을 바탕으로 극히 간단한 실제 변동성 계산 문제를 풀어보자. 어떤 주식의 이틀 간 수익률이 Day1 에 +1%, Day2 에 -0.7% 였다고 해보자. 그렇다면 이틀 간의 평균 일간 수익률은 +0.15%일테고, 일간 변동성은 {[(1-0.15)^2+(-0.7-0.15)^2]/2}^(1/2) = 0.85%가 된다. 어때요? 참 쉽죠? 이러한 지표들은 역시 상호 비교 가능성이 있어야만 의미가 있다. 1편에서 서로 다른 기간의 누적 수익률을 비교하기 위해 연율화를 했던 것을 기억할 것이다. 변동성 또한 일반적으로 연율화를 통해 연 변동성을 상호 비교하게 된다. 변동성의 연율화 방식은 아래와 같다. 



 Stdev 는 표준 편차의 영문 표기인 Standard Deviation 의 약어이다. 연율화를 위해서는 위와 같이 주어진 수익률 데이터 집합의 표준 편차에 루트 n 을 곱해 연간 기준 변동성(표준 편차)로 변환해준다. 이때 n 에 어떤 수를 넣을 것인지는 (1) 원하는 기준 기간 및 (2) 표준편차를 구하는데 쓰인 데이터 주기에 따라 달라진다. 만약 공휴일을 제외한 영업일의 일간 수익률 데이터 표준 편차를 연율화 하고자 한다면, n 에는 연간 영업일 수 인 252가 넣어주면 되는 식이다. 따라서 위 이틀 간 일간 수익률의 예를 마저 연율화 해보면, 일간 표준편차인 0.85%*(252)^(1/2) = 13.49% 라는 연 변동성 수치가 나오게 된다. 만약 주말을 제외하지 않은 달력일 기준 데이터 집합이라면 n 에 365가 들어갈 것이다. 또한 주간 수익률 데이터 집합의 표준 편차를 연율화한다면 n에 52를, 월간 수익률 데이터 집합의 표준 편차를 연율화한다면 n에 12가 들어갈 것이다. 혹시 나는 연간 변동성이 아닌 2년 기준 변동성이 보고 싶다 하면 n의 수를 두 배로 올려주면 되겠다. 


 이로써 변동성의 기본적인 개념 및 계산 방식에 대한 설명은 모두 끝났다. 그렇다면 변동성이 큰 상품이 좋을까 아니면 변동성이 낮은 상품이 좋을까? 특이 취향을 가진 사람도 있겠지만, 일반적인 인간은 변동성이 낮은 상품을 선호한다.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것이 인간의 본성이기 때문이다. 어떤 코스닥 주식의 기대 수익률이 연간 15% 인데, 어떤 대형 시중 은행이 예금 이자로 15%를 준다고 해보자. 대부분의 사람이 주식 투자 대신 예금을 들지 않겠는가? 예금은 변동성이 0 에 가까운 거의 "확실한" 수익인데 반해, 그 어떤 코스닥 주식 수익은 대략 15%일 뿐 "확실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수익률이 동일하다면, 변동성이 낮아질수록 더 우수한 금융 상품이 된다. 따라서 금융 상품을 비교하는 데 있어서는 단순 수익률 뿐 아니라 변동성 역시 함께 확인해야 한다. 나아가서는 수익률과 변동성을 조합해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평가 지표들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지표들에 대해서는 추후 3편에서 소개해보도록 하겠다. 다만, 한가지 유념해야할 것은 앞서 말했듯 수익률이 정규 분포 형태로 존재한다는 가정 하에 이러한 개념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비대칭적인 수익률 분포를 가질 수 있는 일부 구조화 자산이나 대체 자산(Alternative Investment) 등의 성과 분석에는 이러한 변동성 개념이 적절치 않을 수 있다.      



수익률과 변동성이 가지는 함의


 1편과 이번 편을 통해 수익률과 변동성의 계산 방법 및 의미에 대해 조금은 이해도가 높아졌으리라 믿는다. 그렇다면 그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함의는 무엇이 있을까? 그 가운데 중요한 한 가지는 바로, 장기 투자를 해야한다는 것이다. 너무 귀에 닳도록 들어 사실 그다지 와닿지도 않는 그 장기 투자의 교훈을 이 수익률과 변동성 개념으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다. 지금까지 논의한 수익률과 변동성 개념을 적용해, 특정 금융 상품의 시간(x) 흐름에 따른 누적 수익(y) 그래프를 아래와 같이 표현해보았다. 파란선은 평균 기대 수익의 누적을 선형으로 표현한 것이며, 노란선은 시간에 따른 ±1표준 편차(68%확률) 범위 변화를 나타낸 것이다. 



 보다시피, 파란선이 우상향 한다는 것은 해당 금융 상품의 기대 수익률이 +라는 의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x) 축이 65 가 되기 전까지는, ±1표준 편차(68% 확률) 범위 내에 y=0 이하의 손실 영역이 존재한다. 특히, 최초 투자 시점에 가까운 초반으로 갈수록 ±1표준 편차(68% 확률) 범위 내에서 손실 영역이 차지하는 범위가 더 크다. 비록 임의의 기대 수익률과 변동성을 가정하였지만, 이러한 그래프 형태는 우리에게 무언가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바로, 투자 기간이 짧으면 짧을수록 해당 투자 상품의 진가(평균 기대 수익률)은 성과에 덜 반영되는 반면, 순수한 운(변동성)이 훨씬 큰 폭으로 성과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반면 시간이 흐름에 따라 평균 기대 수익과 운(변동성)이 함께 증가하기는 하지만, 운(변동성)에 의한 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고 평균 기대 수익의 성과 영향력이 점차 커진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는 장기 투자를 해야만 해당 투자 상품의 진정한 기대 수익률에 가까운 성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수익률과 변동성이 전하는 중요한 투자 교훈 가운데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