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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역사·이야기

도람푸는 왜 화가 났을까? :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

들어가기에 앞서 


 무역 수지는 한 국가 수출액과 수입액의 차이이다. 수입보다 수출이 많으면 무역수지 흑자요, 수출보다 수입이 더 많으면 무역수지 적자인 것이다. 그렇다면 수출과 수입은 어떻게 집계될까? 한 가지 방법은 국가의 관세선(Customs Line)을 기준으로 수출입을 집계하는 것이다. 관세선을 넘나든다는 것은 통관 절차를 거친다는 뜻이므로, 그 과정에서 모든 수출입 내역이 신고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가 흔히 경제 지표로서 이야기하는 무역 수지는 관세선 기준의 수출입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경제 지표로서의 무역 수지란 국제 수지(Balance of Payment, BoP)표 상의 무역 수지로, 관세선 통과가 아닌 '소유권의 이전'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관세청의 집계와는 그 숫자가 다를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이러한 국제 수지표 상 통계 역시 관세선 기준의 수출입 내역을 바탕으로 각종 항목들을 조정하여 작성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무역 수지라 함은 보통 관세청 자료를 의미하며, 국제 수지 기준 자료는 상품 수지라 한다. 또한 서비스 수지는 무역 외 수지로 분류하는 듯 하다. 그러나 미국은 국제 수지 기준(BoP basis)의 상품 및 서비스 수지를 Trade Balance in Goods and Services 란 이름으로 발표한다. 따라서 본 포스팅에서는 언급하는 미국의 무역수지란 이 Trade Balance in Goods and Services 임을 밝혀둔다.



 한편, 무역 수지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느냐의 개념일 뿐 누가 그 물품을 만들었느냐와는 관계가 없다. 우리 나라의 현대 자동차가 미국 현지에 공장을 짓고 자동차를 생산하는 경우, 그 생산분은 우리나라의 수출이 아니다. 오히려 현지 공장 생산분이 우리나라로 넘어올 경우, 한국 입장에서 수입이자 미국 입장에서는 수출이 된다. 자, 대충 무역 수지의 개념에 대한 밑밥이 깔렸다면 이제 도람푸 형님이 화가 난 미국 무역적자의 원인에 대해 살펴보자.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원인


미국 무역수지 1960-2017    출처 : U.S. Census Bureau


 미국 무역 수지(Trade Balance)는 美 상무부 산하 통계국(Census Bureau)와 경제분석국(Bureau of Economic Analysis, BEA)에서 매달 발표하며, 이는 https://www.bea.gov/newsreleases/international/trade/tradnewsrelease.htm 에서 찾아볼 수 있다. 위 차트는 연간 단위의 미국 무역수지 추이이다. 보다시피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90년대 중반 이후 본격 확대되기 시작하여, 오늘날까지도 그 막대한 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연간 무역수지 적자가 6,000억 달러에 육박하는 모양새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이러한 미국의 무역수지 적자는, 특정 단일 요인보다 다양한 구조적 원인들이 영향을 미쳤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관련하여 거론되는 대표 원인들을 살펴보면 아래와 같다. 각각의 원인들과 무역 수지(순수출)의 역학 관계는 <국민소득 삼면 등가의 법칙과 항등식> 을 참조토록 하자.



1) 재정적자

 미국은 세계의 경찰 국가로서의 막대한 전비 및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미국 국방비 지출은 세계 1위로서, 2~10위 국가의 국방비를 모두 합한 것과 맞먹는다. 괜히 천조국이란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 아닌 것이다. 더불어 경기 진작을 위한 감세와 확장 정책, 메디 케어와 사회 보장 비용의 증가, 저성장으로 인한 세수 감소 등 미국 재정의 등허리는 날로 휘어가고 있다. 이 재정 적자를 충당하기 위해 미국 정부는 대규모의 국채를 발행할 수 밖에 없다. 이는 차후 다시 언급하겠지만 자국 내 총저축의 감소와 해외 잉여 자본의 미국 유입을 야기하며 무역 수지 적자를 심화시키는 요인이 된다. 최근 골드만삭스는 미국 재정적자가 100달러 늘 때, 무역적자가 35달러 늘어난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러한 미국 재정 적자는 무역 적자와 함께 이른바 쌍둥이 적자라고 불리운다. 


미국 재정수지(%GDP) 추이      출처 : CEIC



2) 낮은 저축률

 미국 정부 재정 적자와 더불어 가계의 높은 소비 성향으로 인해, 미국의 총저축률은 매우 낮은 편이다. 17년 4분기말 기준 미국의 총 저축률은 16.8%로, 유럽 연합의 24.1%나 일본의 26.2%, 우리나라의 36.5%, 중국의 46.4% 등에 비해 상당히 낮다. 반면, GDP 대비 투자는 약 19.9% 로 총저축을 앞서고 있다. 이처럼 국내의 저축이 투자를 감당하지 못할 경우, 결국 해외의 저축을 끌어와 충당하는 수 밖에 없다. 해외의 저축을 끌어온다는 말은 곧 해외 자본의 순유입을 의미하며, 이는 무역수지 적자로 귀결된다.


미국 총저축(%GNI) 추이      출처 : CEIC



3) 해외직접투자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미국 기업들 또한 신흥국의 저렴한 노동력을 활용하고자 생산 시설의 해외 이전(해외직접투자)를 지속해 왔다. 생산 기지가 해외로 이전될 경우, 기존 국내 생산분에 대한 수출 대체효과는 물론, 해외 생산분의 역수입 등으로 인해 무역수지 적자가 확대될 수 밖에 없다. 도람푸 대통령이 미국 기업들의 본국 귀환을 유도하고, 나아가 해외 기업들로 하여금 당장 미국으로 튀어 들어와 공장지으라 하는 것이 모두 그러한 맥락 하에서 나온 움직임이다. 이를 통한 자국 내 고용 창출은 물론이다.    



4) 신흥국 과잉 저축

 90년대 후반 외환 위기의 줄빠따를 맞은 바 있는 신흥국들은 그 트라우마 때문인지 외환 보유고 관리에 무척 신경을 쓰게 되었다. 외환 보유고 TOP 국가의 면면을 보면, 2위의 일본과 3위의 스위스 정도를 제외하고는 중국, 대만, 한국 등 주요 신흥국들이 상위권을 석권하고 있다. 이처럼 경상수지 흑자를 통해 차곡차곡 쌓인 외환 보유고 외에도, 주요 신흥국들의 저축률은 상당히 높은 편이다. 고성장의 시대가 끝나고 신흥국에 누적된 이 과잉 저축은 결국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 미국 무역 적자를 확대시키는 데 일조했다. 이는 미국의 달러가 세계의 기축 통화인 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 어쨌든 딸라는 어디서나 통용되는 최고의 국제통화요, 미국채는 최고의 안전 자산이다. 증시 등 전반적인 미국 자산의 매력도 또한 여러 선진국들 가운데 돋보였다. 2000년대 들어 미국 경제의 생산성 향상이 유럽이나 일본 등 다른 선진국들을 추월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 와중에 글로벌 금융중개 기능의 발달은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을 더욱 용이하게 만들었다. 


<주요 선진국 노동 생산성 성장>    Source: Conference Board, Total Economy Database, Council of Economic Advisers calculations.



5) 달러 고평가

 전세계로부터 미국으로의 자본 유입은 달러의 약세를 제한했고, 미국 기업들의 수출 경쟁력을 훼손시켰다. 더불어 중국 등 일부 국가의 환율 통제 역시 달러 고평가를 고착화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미국 입장에서 중국은 전체 무역적자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는 눈엣가시이다. 일각에서는 미국 무역 적자의 35%가 타국의 인위적 환율 조작에 의해 발생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미국 재무부가 환율 보고서를 흔들며 각국의 외환 정책을 감시하고 압박을 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미국 무역 적자 문제는 다양한 구조적 원인들이 얽힌 문제이다. 현재 미국은 자국의 낮은 저축률과 재정 적자 등 내부의 원인보다, 외환 시장 개입과 불법 보조금 지급 등 무역 상대국의 불공정한 관행을 무역적자의 주원인으로 보고 있다. 사실, 최근의 미국의 보호 무역 기조는 갑작스러운 것이 아니며, 무역 적자 문제가 심각해진 90년대 후반 이래 지속적으로 대두되어 왔다. 다만, 도람푸의 보호 무역 주의가 특히 공격적이고 과격할 따름이다...그러나 과연 도람푸라 하더라도 전세계를 상대로 한 무역 전쟁을 벌일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위 그래프에 보이듯 미국 입장에선 전세계를 상대하기 보단, 중국을 원포인트로 공략하는게 훨씬 효율적일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도람푸의 뽜이어 앤 퓨리가 우리나라는 빗겨가길...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바래본다...

- 우구리

ⓒ Reuters



<참고 자료>

김경훈, 이준원. 미국 경상수지 적자의 구조적 원인과 시사점.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

배재수, 백봉현. 미국의 대규모 경상수지 적자의 원인과 해결방안. 한국은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