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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역사·이야기

미국 중앙은행 제도, 연방준비제도의 구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구조


 미국의 중앙 은행이 거대 금융 가문에 의해 소유되고 있으며, 그들이 전세계 경제를 지배하고 있다는 무시무시한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국의 중앙 은행이 민간 소유라는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이며, 그들의 세계 지배 계획에 대해서는...글쎄올시오이다. 아무튼 이번에는 그 독특한 구조로 인해 온갖 음모론의 온상이 되곤하는 미국의 중앙 은행 제도, 연방준비제도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연방준비제도의 구조  /  출처:연방준비제도이사회 홈페이지


 미국의 중앙 은행 시스템인 연방준비제도(the Federal Reserve System)은 크게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 Board of Governors)와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Federal Reserve Bank), 그리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ederal Open Market Committee)로 구성된다. 이들은 미국의 통화 정책은 물론, 금융 시스템 안정성 유지, 금융 기관 감독 및 규제, 결제 청산 시스템의 안정성 및 효율성 제고, 금융 서비스 분야 소비자 보호와 저소득 지역 사회 개발 등의 주요 기능을 수행한다.    


 우선 연방준비제도이사회 로 말하자면, 연준의 모든 운영 방향을 설정하고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연방준비제도의 머리 라고 할 수 있다. 미국 대통령은 연방준비법에 따라 7명으로 구성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이사를 지명하고, 미국 상원이 이를 인준한다. 이사의 임기는 14년이며, 순차적으로 매 2년 마다 한 명씩 임기가 종료된다. 따라서 미국 대통령의 4년 임기를 고려하면, 재임 기간 동안 2명의 연방준비제도 이사를 지명할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이러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가운데 연준 의장과 부의장직은 중임이 가능한 4년 임기제로 역시 대통령이 이사 가운데 지명하고 의회가 인준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은 임기가 끝남과 동시에 이사직 역시 사임하는 것이 관행이다. 이에 따라 18년 2월 의장 임기가 만료된 재닛 옐런 전 의장 역시 이사직 임기가 2024년 1월까지였음에도 불구,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서 물러났다. 비둘기파 옐런의 뒤를 이어 중도 성향의 제롬 파웰 연준 이사가 신임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신임 제롬 파웰(좌) 연준 의장과 물러난 재닛 옐런(우) 전 의장


 한편, 몸통이라고 할 수 있는 12개의 지역 연방준비은행들은 실질적인 중앙 은행의 기능을 수행 한다. 우리 나라가 한국 은행의 단일 중앙 은행 체제인 것과 달리, 미국의 중앙 은행 체계는 지역별로 분산된, 그리고 법적으로 상호 독립적인 12개 지역연방준비은행의 연합체이다. 이들은 각자 관할 지역의 경기 상황과 금융 기관을 관리 감독하고, 시중 은행에 자금과 결제 시스템을 제공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지역연방준비은행으로 인해 온갖 음모론의 떡밥이 생성되는데, 바로 이들 지역 연준 은행이 민간 은행 출자에 의해 설립 및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연준에 출자한 지역 민간 회원 은행들은 일종의 주주로서 연간 6%의 배당을 수령한다. 그러나 지역연방준비은행은 연방준비법에 의한 특별 조직이기 때문에, 민간 회원 은행들이 일반 기업 주주처럼 지역 연준 은행을 마음대로 좌지우지하거나 연준의 이익을 소유할 수는 없다. 다만, 각 지역 연방준비은행은 지역 민간 회원 은행 인사(Class A) 및 그들의 추천 인사(Class B),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추천 인사(Class C) 등 총 9인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으며, 이들에 의해 지역 연준 총재가 선출되는 만큼 민간 은행들이 연준 제도 내에서 어느 정도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할 수는 있겠다. 그러나 이마저도 2010년 이후, 은행가인 Class A 이사들을 배제하고 비은행가인 Class B 및 C 이사들에 의해서만 지역 연준 총재를 지명하도록 법이 개정되었다. 한편, 각 지역연방준비은행은 민간 회원 은행 인사 1인씩을 파견해 총 12인의 연방자문위원회(Federal Advisory Council)을 구성하게 된다. 이 연방자문위원회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의 업무에 조언 및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각 지역 연준 은행 및 민간 회원 은행들의 의견을 연준 이사회 의사 결정에 반영하는 역할을 한다.  


 마지막으로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연준 제도의 손과 발에 해당 한다고 할 수 있다. 연방공개시장위원회는 FOMC 라는 약어로 더 널리 알려져 있는데, 물가와 고용 안정이라는 두가지 책무(Dual Mandate) 하에 미국의 통화 정책을 관장한다. FOMC는 총 12명의 위원으로 구성되는데, 우선 연방준비제도 이사 7인 전원과 지역연방준비은행 총재 가운데 5명으로 구성된다. 지역연방준비은행 중 자산 규모가 압도적인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만 고정 위원이며, 나머지 4자리를 11개 지역 연준이 돌아가며 1년 임기 동안 통화 정책 투표권을 행사한다. 조금 더 정확히는 11개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아래와 같이 4개의 그룹으로 나누고, 각 그룹마다 1명 씩 지역 연준 총재가 돌아가며 FOMC 멤버를 맡는다. 당해 투표권이 없는 지역 연준 총재라도 FOMC에서 의견을 개진하고 토의에는 참여한다. 이 FOMC 정례 회의는 매 6주마다 한번씩 연 8회 개최되며, 통화 정책 결정은 투표권이 있는 12인에 의해 과반수로 결정된다. 만약 투표 결과 찬반 동수가 나오면 FOMC 의장이 권한을 가지게 된다. 일반적으로 FOMC 의장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의장이 맡게 되며, FOMC 부의장은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가 맡는다. 


 *지역 연준 그룹군

그룹 1) 보스턴, 필라델피아, 리치몬드

그룹 2) 클리블랜드, 시카고 (시카고 연방준비은이 뉴욕 연방준비은행에 이어 자산 규모가 두번째로 크다)

그룹 3) 애틀란타, 세인트루이스, 댈러스

그룹 4) 미니에폴리스, 캔자스시티, 샌프란시스코


Federal Reserve Bank of Chicago by Ken Lund, CC BY-SA 2.0


 자, 대충 미국의 연방준비제도에 대한 밑그림은 그려졌을 것이다. 보시다시피 미국 중앙은행 시스템은 민간 은행 출자로 설립 및 운영되고 있기는 하나, 연방준비법에 의거 대통령과 의회가 임명한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의해 통제되고 운영되는, 공적인 성격의 독립 기관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독립 기관이라고 놀라지는 마라. 우리나라 중앙 은행인 한국 은행 역시 정부 산하 기관이 아닌 독립 기관이니까. 중앙 은행은 기본적으로 정부나 정치권의 외압에서 벗어나, 독립적으로 통화 정책을 펼 수 있는 중립성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연준의 출자 구조가 민간 은행 기반이기에 그 중 일부 대형 은행들의 지분율이 상당히 높을 것이라는 사실 정도는 짐작 가능하다. 또한 그들이 지역 연방준비은행을 통해, 또한 연방자문위원회를 통해 미국 연준시스템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음모론이 말하는 것처럼 미국 중앙 은행 시스템이, 그리고 세계 경제가 그들에 의해 좌지우지된다는 것은 참 흥미진진한 스토리이기는 하나 사실이기에는 너무 암울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사실 뭐 그렇다고 한들 내가 그것을 어찌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