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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투자 상품·개념

레버리지 ETF, 그 달콤 쌉싸르르함

나에게 레버리지...레버리지를 다오...


 요즘 주변에 보면 ETF 참 많이 한다. 어느덧 우리나라에도 주식 뿐 아니라 채권과 원자재, 외환 등 다양한 자산을 대상으로 한 ETF 들이 많이 출시되면서 시장 저변이 확대되고 있다. 그래서 요즘 사람들은 어떤 ETF를 많이할까, 거래 대금 순위를 조회해 보았다. 18년 3월 23일 기준 ETF 거래 대금 순위는 아래와 같다. KODEX코스닥150 레버리지를 필두로, KODEX레버리지와 KODEX코스닥150 선물 인버스, KODEX200, KODEX200선물인버스2X 가 뒤를 따르며, 온갖 레버리지 ETF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다. 한때, 전세계 파생 상품 시장 거래량의 30% 가까이 차지하며 세계 최대 파생 시장이던 한국이다. 모아니면 도, 인생은 한방, 전세계를 호령하던 대한민국 개미들의 뜨거운 열정을 ETF 시장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곧 죽어도 레버리지다. 사실상, 우리나라 투자자들은 ETF를 손쉬운 레버리지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는 듯 하다. 그러나 레버리지 ETF 성과에 대해 사람들이 곧잘 간과하는 부분이 있다. 레버리지 ETF는 특정 기간 동안의 지수 수익률 2배를 추종하는 것이 아니라, 매일매일 하루 지수 수익률의 2배를 추종한다는 것이다. 읭? 그게 뭔소리여? 그게 그거 아니여? 그렇다. 그게 그거시 아닌 거시 문제이다.   


출처 : 네이버 금융


변동성 장세에서 레버리지 ETF는 한 여름의 아이스크림과도 같지...

 

 예를 들어 보자. 첫날 지수 수익률이 10%, 둘째날 지수 수익률이 -9% 라고 해보자. 그러면 이틀이라는 기간동안 지수 수익률은 [(1.1)*(0.91)-1] = 0.1% 이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 모든 레버리지와 인버스 ETF는 하루 하루의 지수 수익률을 각자의 배수로 추종한다. 운용 보수와 추적 오차(Tracking Error)가 없다고 한다면, 2배 레버리지 ETF는 첫날 20%, 둘째날 -18%의 성과를 기록할 것이다. 그럼 기간 수익률은? 바로 [(1.2)*(0.82)-1] = -1.6% 의 손실이다. 왓더뻑!! 분명 이틀간 지수는 0.1%라도 올랐는데 그걸 2배로 추종하는 나의 레버리지 ETF에서는 손실이 발생했다. 그러하다. 이것이 일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것과 전체 기간 수익률을 추종하는 것의 차이이다. 특정 기간 동안 보았을 때 레버리지 ETF 성과가 추종 지수 수익률의 n배와 다른 것은, 바로 이 오르락 내리락 하는 시장의 등락률이 매일매일 누적되어 "곱해지기 때문" 이다.  


 사실 이 지점에도 사람들이 쉽게 착각하곤 하는 간단한 수학이 숨어있다. 10%가 오르고 10%가 내렸다. 그럼 현재 수익률은 얼마일까? 0% 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수익률은 더하기 빼기가 아니라 곱하기 나누기다. 따라서 정답은 [(1.1)*(0.9)-1] = 바로 -1% 손실이다. 그럼 순서를 반대로해서 10%가 내리고 10%가 오르면 현재 수익률이 얼마일까. 역시 -1% 손실이다. 잠시 희망을 품었다면 미안하다. 곱하기 순서 바꾼다고 답 안달라지는 거 알지 않는가. 그럼 20%가 오르고 20%가 내리면? [(1.2)*(0.8)-1]= -4% 손실이다. 위 아래 똑같은 폭으로 오르고 내려도 그 진동이 커질수록 손실은 커진다. 따라서 오르락 내리락하는 변동성 장세에서 일간 수익률을 매일 2배로 확대해 누적해 나가면, 레버리지 ETF 성과는 한여름의 아이스크림과 같이(는 조금 오바고) 녹아 내린다.    


Source : Bloomberg Terminal


 해외에는 3배 레버리지 ETF가 있기 때문에 이러한 효과를 극명하게 현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위 테이블 가장 상단의 SPXL은 S&P 500 지수를 3배로 추종하는 Direxion Daily S&P 500 Bull 3x ETF, SPY는 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SPDR S&P500 ETF, 제일 아래 SPX는 S&P500 지수이다. 2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의 총손익(Total Return)을 보면, 지수는 0.34%로 거의 움직이지 않았지만, 3배 추종 ETF는 -3.02% 의 손실을 기록했다. 그러하다. 이제는 눈 앞의 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 마음이 많이 아픈가? 그렇다면 자그만한 위로를 전해주고자 한다. 그것이 위든 아래든 방향성이 명확한 장세에서는 레버리지 ETF는 그 "곱의" 효과로 인해 더 유리해지기도 한다. 다시 한번 간단한 수학을 해보자. 첫날 지수가 10% 상승하고, 이튿날 또 10% 상승했다고 해보자. 그러면 3배 레버리지 ETF는 첫날 30%, 이튿날 30%의 수익이 발생한다. 이틀 동안의 기간 수익을 보면, 지수는 [(1.1)*(1.1)-1] = 21% 수익이 발생하고, 레버리지 ETF는 [(1.3)*(1.3)-1] = 69% 의 수익이 발생한다. 즉, 기간 수익이 추종 지수의 3배를 넘어서게 된다. 하락할 때도 마찬가지로 지수 기간 하락률의 3배보다는 조금 덜 떨어지게 되는 결과가 나온다. 그러나 사실 매일 매일 오르기만 하는 시기는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시간 동안 시장은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방향을 만들어 간다. 따라서 레버리지 ETF는 그 시장 등락으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추종 지수 수익률의 n배보다 못한 성과를 기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것이 레버리지 ETF가 가지고 있는 큰 약점 가운데 하나이다. 따라서 레버리지 ETF를 투자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장기 투자가 아니라 짧은 시간 동안의 방향성 베팅 수단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당부를 전하며 글을 마무리한다.     

- 우구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