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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투자 상품·개념

환 헷지냐 언헷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1편

환 헷지...흠 좀 있어보이는데?


Hedging by Nick Youngson CC BY-SA 3.0 Alpha Stock Images


 투기를 일삼을 것만 같은 헤지펀드에 대한 세간의 인식과 달리, 엄밀한 의미한 "헤지"펀드는 시장의 등락과 관계 없는 절대 수익을 추구하는 전략의 펀드를 말한다. 따라서 연 수익률 목표가 10% 내외인 것이 일반적이며(물론, 르네상스 테크놀로지 같은 굇수들은 존재한다), 대신 시장이 오르든 내리든 상관없이 매우 높은 확률로 목표 수익률을 근사하게 달성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그 용어가 훨씬 광범위하게 사용되어, 단지 제한된 수의 고객들로부터 사적으로 모집되어 운용되는 형태의 펀드를 통칭하기도 한다. 어쨌든 애초에 헤지펀드가 그 "헷지" 라는 타이틀을 쓰게 된 것은 바로 시장 위험을 제거(hedge)한 형태로 운용되었기 때문이다.     

 

 잠시 셋바닥이 길어졌는데, 오늘 하려는 이야기는 헤지펀드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고, 환 헷지(H)와 언헷지(UH) 형 금융 상품에 대한 이야기이다. 앞서 헤지펀드가 시장 위험으로부터 펀드 성과가 노출되지 않는다고 한 것과 같이, 환 헷지(H)라는 것은 해당 금융 상품의 성과가 환율 변동에 노출되지 않도록 한다는 의미이다. 언헷지(UH)는 반대로 환율 변동에 노출된 것을 뜻한다. ETF를 봐도 이름 뒤에 (H) 라고 붙은 녀석들이 보이는가 하면, 펀드 중에도 (H) 또는 (UH) 딱지가 붙은 친구들을 발견하게 된다. 바로 환노출 여부를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H)든 (UH)든 딱지가 붙은 상품들을 보면 모두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상품들인 것을 관찰할 수 있을 것이다. 환노출은 바로 국내 투자자가 원화(\)를 가지고 해외 통화로 표시된 자산에 투자하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아래 한남동에 사는 투자의 귀재, 김더쿠 씨가 미국 주식에 투자한 사례를 보자.

 

김더쿠 미국 주식 투자기


 미국 주식은 모두 달러($)로 표기되어 거래되기 때문에 김더쿠는 우선 원화를 달러로 환전해야 했다. 그래서 김더쿠는 전재산 사천원을 그당시 환율(\1,000=$1)에 따라 사딸라로 환전하였더랬다. 사딸라를 손에 쥔 김더쿠는 미국 주식 시장으로 달려가 뿌팟퐁커리 라는 회사 주식을 사딸라 만큼 사게 된다. 그리고 한달 뒤, 뿌팟퐁커리 주가는 25% 나 오르게되었고, 김더쿠는 주식을 처분하여 오딸라를 손에 쥔다. 환희에 찬 김더쿠씨는 그 돈을 한국에 가져와 현재 환율(\500=1$)로 환전한다. 그리고 그의 손에 쥐여진 것은 고작 이천오백 원이었다. WTF!! 김더쿠의 주식 투자 성과인 25%는 오직 달러 관점에서의 성과였을 뿐, 김더쿠에게 정작 중요한 원화 관점의 수익률이 아니었던 것이다. 이처럼 언헷지형 해외투자 상품은 투자 대상 자산 성과와 환율 변동이 합져쳐 전체 상품 성과가 된다. 환율이 오르면(원화 약세) 원래 투자 대상 자산 성과보다 더 큰 수익률을 기록하게 되고, 김더쿠의 불행한 경우처럼 환율이 떨어지면(원화 강세) 원래 투자 대상 자산 성과보다 더 낮은 수익률을 기록하게 된다.


 만약 김더쿠씨가 환율로 인해 자신의 투자 성과가 변하지 않기를 바랬더라면 그는 환 헷지를 했어야 했다. 환 헷지는 처음 김더쿠가 달러를 살 때 부터 환전을 해주는 은행에게 "내가 지금 사딸라를 사천원에 사가는데 말이야, 한달 뒤에 사딸라를 도로 팔았으면 좋겠어. 그리고 그 환율을 지금 미리 결정해두자" 라고 하는 것이다. 그럼 은행은 이를테면 "그래, 김더쿠. 내가 한달 뒤에 너의 사딸라를 $1=\990 에 사주지. 콜?" 이라고 하며 거래를 미리 체결해두는 것이다. 그럼 김더쿠는 한달 뒤 환율이 얼마든 상관없이 무조건 딸라당 990원에 팔 수 있고 또 팔아야만 한다. 실제 현업에서는 이와 같은 거래를 FX 스왑(Swap)이라고 하며, 해외 투자를 하는 금융 기관과 은행 간에 이루어진다. 이러한 스왑 거래는 모두 쌍(pair) 거래로서, 현 시점에서 매수와 동시에 미래 특정 시점의 매도 계약을 체결하거나, 반대로 매도와 동시에 미래 매수 거래를 체결하는 형태이다. 이와 비슷한 환헷지 수단으로 통화 스왑(CCS or CRS) 이나 외환 선물 역시 존재한다. 간략하게, 통화 스왑은 원화와 외화 간에 원금 및 이자를 사전 약속에 따라 일정 기간 맞교환하는 것이며, 그렇기에 보험사나 연기금에서 해외 채권 투자 시에 환헷지 수단으로 활용한다. 외환 선물은 우리가 흔히 아는 바로 그 선물(Futures)로, 다만 기초 자산이 외화일 뿐인 것이다. 김더쿠가 미국 주식에 투자를 했다면, (달러 기준)동일 금액만큼 원달러 선물을 매도함으로써 환율 변동을 상쇄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환헷지는 공짜가 아니야...


출처 : 공짜 좋아하면 대머리된다 from 마이녹실 탈모카툰


 앞서 김더쿠의 환 헷지 거래 제안에 은행은 990원이라는 미래 환율(선도환율)을 제시하는 것을 목격했다. 지금 환율이 1,000원인데 왜 미래 환율은 990원인걸까. 물론 그 환율 차이에는 기본적으로 은행에서 수취하는 일종의 비용도 녹아있을 것이다. 그러나 환율 차이가 발생하는 본질적인 이유는 바로 원화와 달러에 적용되는 이자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직관적으로 생각해보자. 만약 현재 환율과 미래 계약 환율이 동일하고, 원화 이자율이 2% & 달러 이자율이 10% 라면, 김더쿠는 가만히 앉아서 8%의 공짜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어떻게 하냐고? 은행에 가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고, 똑같은 환율로 1년뒤에 다시 원화로 환전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원화를 주고 달러를 받아간 김더쿠는 그 달러를 고이 예금 통장에 넣어둔다. 그리고 1년 뒤 10% 의 이자가 붙은 달러를 도로 원화로 환전한다. 그럼 김더쿠는 아무런 위험도 지지 않고 원화로 10%의 수익률을 달성했다!! 원화 2% 저금리의 시대에 이리도 간단히 5배나 되는 이자율을 얻은 것이다!! 이처럼 원화와 달러에 적용되는 각 이자율 차이를 미래 환율이 적절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그 차이에서 수익을 얻기 위한 소위 차익(arbitrage) 거래가 발생한다. 방금 김더쿠가 한 게 바로 그 차익 거래다. 그러한 차익 거래가 발생함으로써 현재 환율과 미래 환율의 차이가 양국 이자율 차이만큼의 범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균형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점점 머리가 복잡해질테니 이쯤에서 한번 핵심만 기억하고 넘어가자. 현물환율(현재환율)과 선도환율(미래 환율)의 차이는 각 통화에 적용되는 이자율 차이 때문이다. 


 자 그럼 한발 더 나아가보자. 그럼 어떤 통화에서 어떤 통화로 헷지를 하게 되면 이익이 발생할까? 바로 고금리 통화를 가진 사람이 저금리 통화 자산에 투자할 때이다. 고금리 통화 보유자가 저금리 통화로 바꾸게 되면, 상대적으로 금리차에 따른 기회 손실을 입게 되고 바로 그 만큼을 환율로 보전해주는 것이다. 과거 수 년간 원화에 적용되는 한국 금리가 달러에 적용되는 미국 금리보다 높았기 때문에, 원화로 달러 자산에 투자하고 헷지를 하면 환헷지 프리미엄(스왑 프리미엄)이 발생했다. 즉, 지금 1,000원에 1딸라를 사고 1년 뒤에 1딸라를 1010원으로 더 비싸게 파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최근 뉴스에서 나오는 바와 같이,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추월하고 있다. 이제 한국 원화 보유자가 달러 자산에 투자하면서 환헷지를 하게 되면, 추가 수익이 아닌 추가 손실이 발생한다. 바로 환헷지 디스카운트(스왑 디스카운트)인 것이다. 은행이 김더쿠에 제안한 것처럼, 오늘 1,000원에 1딸라를 환전하면 지금 계약할 수 있는 1년 뒤 딸라 매도 환율은 1,000원보다 낮은 이를테면 990원이 되는 것이다.


출처 : 박해식. 최근 FX스왑포인트 급락 및 스왑베이시스 스프레드 확대의 의미와 시사점. 한국금융연구원  


 사실, 미국 기준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를 추월하기 한참 전부터 이미 환헷지 디스카운트는 발생하고 있었다. 위 그래프에서 확인 가능하듯 6~12개월의 비교적 중기 스왑 포인트(선도환율-현물환율)은 이미 16년도부터, 단기 구간 스왑 역시 17년도 들어 마이너스로 전환되었다. 그것은 환헷지 프리미엄 or 디스카운트를 결정하는 데는 금리차 말고도 또 다른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간단히 이렇게 말해두자. 심지어 금리가 같다고 하더라도 전세계 사람들에게 달러와 원화 둘 중에 뭐 가질래하면 사람들은 뭘 선택할까? 뭔가 매니악한 성향을 가진 반동분자가 아니고서야 대부분 달러를 선택할 것이다. 그렇다. 기본적으로 달러 뒤에는 미국 정부가 있고 각 나라에 대한 신용도라는 것이 존재한다. 따라서 달러는 원화에 비해 그 자체로 좀 더 가치가 있다. 따라서 환헷지 프리미엄 or 디스카운트는 양국의 이자율 차이보다 조금 더 딸라 보유자에게 유리한, 원화 보유자에게 불리한 수준에서 결정된다. 한편, 수급도 영향을 미치는데, 우리나라는 항상 원화를 달러로 바꾸면서 헷지하려는 수요가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헷지하려는 수요보다 훨씬 많다. 해외에 투자하려는 한국 금융 기관이 얼마나 많고, 대형 중공업이나 조선업체들 같이 전세계로부터 달러를 긁어모으는 수출 기업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은 미래에 달러를 파는 환율을 미리 결정해 두고 싶어 한다. 반대로 한국 주식 시장이나 채권 등에 투자하는 외국인들은 달러를 원화로 바꾸면서 헷지(미래 달러를 매수)하려는 자들이다. 둘 중 전자의 수요가 압도적으로 많고, 수요공급 법칙에 의해 전자는 항상 적정가보다 조금 손해를 보는 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다. 즉, 우리나라는 상시적으로 달러 선물환(미래의 달러) 매도 우위 시장이다. 특히, 금융 위기와 같은 때에는 해외 투자자들이 급격히 한국에서 빠져나가려고 하고(달러 유출), 국제 자금 시장에서 달러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가 되면서 시중에 달러는 아주 씨가 마른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당장 원화를 달러로 바꿔주면서 적정 가격에 헷지 계약을 맺어줄 혜자 누나같은 은행은 없다. 따라서 위기가 고조되면, 환헷지 디스카운트는 이자율 차이와는 무관하게 아주 안드로메다까지 출타하시기도 한다. 


 잠시 정신을 차려야 할 때가 된 것같다. 사실 오늘 이야기의 궁극적 목적은 일반 투자자들이 펀드에 가입하거나 ETF 에 투자할 때, 환헷지와 언헷지 상품 가운데 무엇을 고르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것이었다. 다만, 너무 흥분하다보니 가야할 길을 가지 못하고 이야기가 길어진 듯 하다. 그래도 알아두면 2편의 조언을 이해하는데 피가 되고 살이 될 거라 믿으며...2편에서 돌아오도록 하겠다. 

        - 우구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