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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투자 상품·개념

환 헷지냐 언헷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2편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이미 삼천포 톨게이트를 빠져나간 1편을 뒤로하고, 다시 헷지 vs. 언헷지의 본론으로 돌아와보자. 과연 환헷지(H)와 언헷지(UH) 형 무엇이 더 유리한 것일까? 사실, 그건 투자자의 투자 목적, 니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by Crash) 에 달려 있다. 이거 아니면 죽음 진짜 이거 아니면 끝장 진짜 내 전부를 걸어보고 싶은 그런 니가 진짜로 원하는 걸 안다고 치자. 그럼 뭘 어떻게 선택하라는 말인가. 쉽게 시작해보자. 우선, 환율에 대한 전망이 있다면 그에 따라 환헷지 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해당 통화에 대해 원화가 강세(원화 환율 하락)을 보일 것이라면 환헷지를, 해당 통화에 대해 원화가 약세(원화 환율 상승)을 보일 것이라면 언헷지 형 투자 상품을 선택하면 된다. 어때요? 참 쉽죠??


 그러나 환헤지(H)와 언헷지(UH)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말은 환율에 대해 별다른 견해가 없거나 잘 모르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렇기에 본인의 투자 목적과 투자 이유에 대한 고찰이 필요하다. 사실 환율은 생각보다 변동성이 크다. 미국에 투자한다고 가정하고, 최근 3년 기준 원달러 환율의 변동성(Volatility)는 연 8.8 % 수준이다. 반면, 미국 S&P500 주가 지수의 변동성은 연 12.8 % 수준, 바클레이스 미국 채권 지수 변동성은 연 3.2 % 수준이다. 보다시피 해외 투자 성과에 환율이 미치는 영향은 결코 오징어 숏다리 수준이 아니다.(물론, 금융 상품 전체 변동성에 대한  기여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선 환율과 자산 가격 움직임 간의 상관 관계도 고려해야 한다) 



나는 왜 해외 투자를 하려 하는가


14년 초부터 15년 말가지 브라질 헤알화는 달러 대비 통화 가치가 거의 반토막이 났다. 반면, 17년 이후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만약 주식 투자자라면 주식의 변동성도 크니, 마 환율 니 임마 남자답게 언헷지로 한다이 하까? 해도 말리지는 않겠다. 이에 대해서는 잠시 뒤 한남동 김더쿠님을 불러 다시 이야기해보자. 그러나 만약 채권 투자자라면? 기본적으로는 환헷지를 하는 것이 맞다고 할 수 있겠다. 위 변동성 차이에서 드러나 듯, 언헷지형으로 해외 채권 상품에 투자한다면 그것은 채권 투자라기보다 결국 해당국 통화에 대한 투자라고 보는 것이 더 적절하기 때문이다. 특히, 환율 변동성이 큰 이머징 로컬 통화 채권에 대한 투자라면 더욱 환 투자의 성격이 강하다. 2015년 브라질 로컬 채권 투자자들의 피눈물이 바로 이 환 손실 때문이다. 그래, 그렇다면 그냥 환헷지...환헷지를 하자....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편 글의 핵심을 기억하자.


 하나, 환헷지를 하면 원화와 외화의 금리차 만큼의 수익 또는 손실이 발생한다.

 둘,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높은 통화에 대해서는 환헷지 비용이 발생하고, 우리나라보다 금리가 낮은 통화에 대해서는 환헷지 수익이 발생한다.

 

 만약 브라질 채권 투자를 하는 이유가 단순히 9%의 높은 이자 때문이라면, 그 높은 이자는 환헷지시 비용으로 대부분 상쇄되고 만다. 이론적으로 브라질 채권에 투자하고 환헷지를 하면 그 이자는 원화 채권 이자와 동일하게 된다. 그럼 도대체 브라질 채권 투자를 왜 하나라고 물을지 모르겠다. 만약, 당신이 브라질 헤알화 환율이 적어도 현재 수준만큼은 앞으로도 유지할 것이라고 본다면, 언헷지 상품에 투자함으로써 높은 고금리를 누릴 수 있다. 또는 당신이 브라질 헤알화에 투자를 하고 싶고, 단지 그 수단으로서 언헷지형 브라질 로컬 채권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라면 올바른 판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는 선진국 통화 채권에 투자할 때는 환헷지를 하고, 신흥국 통화 채권에 투자할 때는 환헷지를 하지 않는다. 선진국 채권 시장에는 폭넓은 신용 등급의 정말 정말 다양한 전세계 기업들의 채권이 있다. 단순히 애플만 보더라도, 애플 주식은 하나이지만 애플 채권은 상환 만기와 형태에 따라 수십 종류에 이른다. 따라서 선진국 통화 채권 시장은 매우 넓은 투자 풀을 보유하고 있는 동시에, 환헷지 기간과 채권 만기 간 미스매치를 통해 최대한 비용을 절감하거나 수익을 극대화할 여지가 있다. 여기서 잠깐, 환헷지와 채권 만기 간 미스매치란 이를 테면 10년 만기짜리 채권을 사면서 일단 환헤지 계약을 1년만 해두고, 1년뒤에 재연장하는 식이다. 한편, 신흥국 채권 시장은 어차피 정부가 발행하는 국채 중심이라 투자 대상이 제한적이고, 신흥국 통화의 환헷지 계약 자체도 쉽지 않다. 더구나 그 높은 금리를 환헤지 비용으로 다 까먹으면 너무 아깝지 않은가? 그래서 현지 통화 환율이 그리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최소한의 전망을 가지고, 고금리 이자 수취를 목표로 하는 언헷지 상품이 주가 된다. 


 그렇다면 해외 주식 투자자의 경우는 어떠할까? 한남동 투자의 귀재 김더쿠 씨를 다시 소환해보자. 1편부터 지금까지의 논의를 바탕으로 이제 대략적인 환헷지 비용과 수익의 발생 구조에 대한 감을 잡았을 것이다. 환헤지 여부 결정을 위해, 미국 주식에 투자하는 김더쿠 씨의 사고를 따라가보자. 


"흠...현재 한국 기준 금리가 1.5% 수준이고 미국 기준 금리가 1.5~1.75% 수준이구나. 그럼 일단 미국 금리가 더 높으니 금리차에 의한 (단기)환헷지 손실이 대략 연간 -0.25% 수준 발생하겠구나. 그러나 국가 간 신용도 차와 수급 등으로 인해 비용이 쵸큼 더 들겠구나. 겐또로다가 연간 -0.5% 에서 -1.0% 수준의 추가 디스카운트를 감안해줘야겠구나. 그렇다면 총 연간 -1.0% 수준을 달러 환헤지 비용으로 보는 것이 맞겠구나"


 뭐 아주 대략적인 추론이지만, FX 스왑 시장에서 실제 원달러 환헤지 비용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역시 김더쿠는 투자의 귀재이시다...(다만, 극히 최근의 경우 시장 수급이 완전히 꼬이며 그 보다 디스카운트 폭이 더 커지고 있다.) 이제 달러 환헷지 시, 연간 -1.0% 수준의 손실에서 발생할 것이라는 추론을 바탕으로, 본인의 투자 목적과 대상 자산에 빗대어 환헤지의 가치를 한번 생각해보자. 사실 김더쿠는 연간 목표 수익률 20% 의 주식 투자 귀재이지만 외환에는 젬병인 인물이다. 그렇다면 그는 환헷지를 하는 편이 낫다. 이는 주식 투자의 기대 수익률이 훨씬 높은 데 비해, 환 헷지 비용은 연간 -1% 정도로 비교적 낮기 때문에 그러하다. 그 정도 비용이라면, 환율 변동에 노출되어 해외 주식 투자 성과가 훼손될 리스크를 회피하는 것이 낫다. 앞서 보았듯 환율의 변동성이 결코 작지 않기 때문이다. 


08-09년 금융위기 당시 미국 주식 폭락에도 불구,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언헷지 미국 주식 투자자는 손실이 제한적이었다. 2011년 유럽 재정 위기 당시도 비슷한 양상이다


 그러나 선진국 주식에 투자를 할 경우, 언헷지형을 통해 환노출을 하는 것이 더 나은 경우도 있다. 서두에 해외 금융 상품의 전체 성과에 대한 기여도를 정확히 측정하기 위해서는 환과 자산 간의 '상관 관계'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한 것을 기억하는가? 평상시는 몰라도, 전세계 금융 시장에 위기가 고조되면 원달러 환율과 주식 시장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것은 바로 주식과 (선진국 통화 대비)원화가 모두 위험 자산이라는 특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심판의 날이 오면 언헷지 주식 투자자의 성과가 헷지 투자자에 비해 훨씬 유리하게 된다. 비록 내가 투자한 미국 주식은 폭락할지 모르겠지만, 달러 대비 원화 가치 역시 함께 폭락(원달러 환율 상승)하며 환차익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오늘날에 비해 금융 환경의 성숙도가 더 낮았을 과거지만, 위 2008년 금융 위기 당시 사례가 이러한 움직임을 잘 보여 준다. 


 여러분의 해외 투자 시 환헷지 여부 결정에 도움을 주고 싶었으나, 필력의 한계로 괜한 혼란만 가중시킨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사실 모두에게 통용되는 정답은 없다. 서두에 밝혔듯 본인의 투자 목적과 근거에 기반해, 환헷지 비용과 수익, 투자 자산의 특성을 모두 고려해야만 올바른 의사 결정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앞으로는 환헷지 여부를 결정하는 데 있어 그저 곁다리로 인식하지 말고 조금 더 전략적인 사고를 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 우구리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