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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지표·용어

국가대표 경제지표, GDP 국내총생산

나는 국가대표 경제지표다, GDP


 모든 경제 지표 가운데 이보다 널리 언급되는 지표가 있을까 싶은 것이 바로 국내총생산(Gross Domestic Product, GDP)이다.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3만불을 넘느냐 못넘느냐부터 세계 GDP 순위가 어떻다는 둥, 흔히 한 나라 경제적 부의 척도로서 인식되고 사용되는 것이 바로 GDP 이다. 그런 GDP 란 놈에 대해 알아보기에 앞서, 과연 현재 세계 GDP 지형도가 우리의 상식에 얼마나 부합하는지 한번 살펴보도록하자. 아래는 17년 국가별 GDP 와 1인당 GDP 상위 12개국 리스트이다. GDP 의 경우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선진국들이 다수 포진해있는 것 같다가도, 인도, 브라질 같은 국가들에서 멈칫하게 된다. 1인당 GDP는 이게 뭥미? 싶은 국가들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룩셈부르크, 마카오, 아이슬란드, 카타르 등등... 게다가 한국은 1인당 GDP 상위 12개국 안에서 찾을 수가 없다는 슬픈 현실까지... 사실, GDP는 그 나름대로의 장단을 가진 경제 지표이기에, 우리의 상식에 부합하기도 또는 부합하지 않기도 한다. 


2017 전세계 GDP 순위 (명목 금액 기준)     출처 : IMF


2017 전세계 1인당 GDP 순위     출처 : IMF


 이러한 GDP 를 정의하자면, 한 국가 안에서 일정 기간 동안 생산된 최종 재화와 서비스 가치의 합을 화폐 단위로 표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하나씩 뜯어보면 첫째로, "한 국가 안"에서라는 말이 그러하듯 누가 생산하였느냐에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생산만되었다면 그것은 모두 한국의 GDP 에 포함된다고 할 수 있다. 바꿔말하면 한국 사람이 미국에 가 아무리 돈을 많이 번다고 할지라도 그것은 미국의 GDP이지 한국의 GDP가 아니게 된다. 경제 주체의 국적을 기준으로 하는 것은 국민총생산(Gross National Product, GNP) 또는 국민총소득(Gross National Income, GNI) 등의 지표이나, 이러한 지표는 오늘의 주인공이 아님으로 일단 논외로 하겠다. 둘째로, "일정 기간"이란 일반적으로 연간을 의미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분기를 의미할 수도 있으며 일정 기간이란 말 그대로 이는 정의하기 나름이다. 셋쩨로, GDP는 "최종"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만을 합산하는데, 이는 원재료나 1차 가공물 등 중간 생산물의 가치가 결국 최종생산물의 가치에 모두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최종생산물의 가치란 각 중간 단계 마다 "신규로" 창출된 가치의 누적 총합으로 볼 수 있기에, 최종 생산물 가치만 보면 해당 기간동안 신규로 창출(생산)된 부가 가치를 모두 파악 가능하다. 넷째로, 생산된 재화와 서비스의 가치를 "화폐 단위"로 표현하는데, 이는 화폐 만이 이질적인 품목과 서비스들의 가치를 공통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수단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화폐 단위 산출을 위해 GDP는 모든 생산품들의 시장 가치(가격*수량)을 합산한다. 또한 대개 국가 간 상호 비교 가능성을 위해 달러($) 금액을 기준으로 표기한다. 


 이러한 GDP 총액 또는 1인당 GDP 를 이야기할 때는 보통 명목 금액을 기준으로 표기한다. 그러나 GDP 성장률(%)이라 하면 명목 성장률이 아닌 실질 성장률을 의미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명목과 실질 개념의 GDP를 구하는 다양한 방식에 대해서는 <경제지표 계산방식_Current dollars, Chained dollars, Constant dollars> 를 참조하도록 하자. 이 외에 국가간 실질 GDP 비교를 위한 개념으로 PPP(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GDP 를 보기도 한다. 이는 각국의 물가 수준 차이를 감안해 조정한 GDP 라고 할 수 있다. 즉, 한국과 미국의 1인당 GDP 가 같다고 하더라도, 한국의 물가가 훨씬 싸다면 한국의 실제 생활 여건이 더 풍요로운 것이라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를 감안해 실제 생활 여건을 더 잘 반영하도록 조정해준 것이 PPP 기준 GDP 인 것이다.   



GDP 그거슨, Y = C + I + G + NX


 그렇다면 GDP는 어떻게 계산할 수 있을까? 경제학원론 책을 한 50 페이지라도 들춰 본 적이 있다면, 위 공식이 반갑고도 익숙할 것이다. 위 공식은  총생산(좌변,Y) = 총지출 이라는 등식을 지출 주체 별로 우변에 분해해 놓은 것이 지나지 않는다. 이는 국민소득 3면 등가의 법칙에서 파생된 것인데, 그 법칙이란 사람들이 무언가를 만들었다면(생산), 그것을 어떻게든 나눠 가질 것이고(분배), 그리고 그것을 소비할 것(지출)이기에, 생산과 분배와 지출은 결국 모두 동일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총생산을 알고 싶다면, 어차피 그와 동일한 총지출을 살펴보면된다는 것이 Y = C + I + G + NX 의 개념이다. 각각의 항목을 보면 Y는 총생산, C 는 민간 소비(Consumption), I 는 민간 투자(Investment), G 는 정부 지출(Government), NX 는 순수출(Net Exports)이다. 이는 C와 I의 민간, G의 정부, NX의 해외라는 세 주체가 한 국가에서 생산된 모든 물품 Y에 대해 지출하고 소비한다는 의미가 된다. 한가지 의아한 부분은 민간 지출이 소비(C)와 투자(I)로 쪼개어진데 반해, 정부 지출(G)은 쪼개지 않고 통으로 퉁친다는 점이다. 아마, 자유 시장경제의 관점에서 정부라는 주체를 어디까지 꼽싸리 내지 보조적 역할로 보기에 그런게 아닐까 싶다. 아무튼 그들(?)이 대충 퉁쳤으니 우리도 대~충 그러려니하고 넘어가자. 


 다시 정리해보면 Y=C+I+G+NX 란 등식은 생산된건 모두 소비되기 마련이고, 소비는 곧 누군가의 지출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지출은 자연스레 그걸 팔아먹는 누군가의 소득이 된다. 따라서 지출 측면이 아닌 소득 측면에서도 GDP를 포착할 수 있다. 우선 우리네 프롤레타리아 계급(흙흙ㅠㅠ)의 가장 기본 소득인 노동 임금 총합에서부터 출발해보자. 여기에 생산 요소가 노동만 있는 것은 아니니 기타 생산 요소로부터 취득한 소득을 더해준다. 이를테면, 이자나 임대료, 이익 잉여금(=주주의 소득이나 마찬가지이다) 따위가 그것이다. 여기까지 해주면 노동, 토지, 자본 등 온갖 생산 요소 비용으로 본 국내순생산이 된다. 반면, GDP(국내총생산)은 최종 "생산물의 시장 가치"이니 앞선 생산요소 비용으로 본 국내순생산에 간접세를 더해준다. 무슨말이고 하니, 우리가 사먹는 새우깡 가격표에는 노동자들의 피땀 등 각종 생산비와 기업이 띵겨 먹는 수익 뿐 아니라 부가가치세(VAT) 같은 세금들도 함께 포함되어있지 않던가? 따라서 "시장 가격" 기준으로 환원해주기 위해서는 이러한 세금을 포함해주어야 한다. 그리고 이런 간접세는 어차피 정부의 소득이나 마찬가지이기도 하다. 그러나 여기서 잠깐!! 정부가 세금만 붙여 시장 가격을 올리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민간에 보조금을 지급함으로써 각종 생산 비용을 보전해주고 재화와 서비스의 시장 가격을 낮추는 역할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보조금은 반대로 빼주어야 한다. 자 이렇게 생산요소 비용으로 본 국내순생산에다 간접세는 더해주고 보조금은 빼주게 되면, 시장 가격으로 본 국내순생산이 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순"생산을 GDP의 "총"생산 개념으로 전환해주기위해 감가상각비를 더해준다. 사실 엄밀히 말해 일정 기간동안 한 국가에서 생산된 경제적 가치는 감가상각비를 제외한 "순생산" 개념으로 보는 것이 맞다. 모든 생산에는 우리가 명확히 돈주머니에서 지출한 비용 외에도, 눈에 명확히 보이지 않는 생산 설비의 내구도 등이 소모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수많은 형태의 생산 자본에 대해 정확한 감가상각비를 산출할 수 있는 표준 방법 마련은 어렵다. 따라서 비록 실질보다 과대 평가될 수 밖에 없지만 그런 감가 상각 부분을 아예 고려하지 않는 것이 국내총생산, GDP의 개념이다. 그리고 그러한 국내총생산 값을 구하기 위해 위의 마지막 과정에서 감가상각비를 더해 준 것이다. 다시 정리해보면 소득 측면의 국내총생산, Y = 포괄적인 노동 소득 + 기타 생산요소 소득 + 간접세 - 보조금 + 감가상각비 이라고 표현할 수 있겠다. 똑같은 Y(GDP)를 가지고 위에서 부터 왜 이렇게 지졌다가 저렇게 볶았다가 하는거냐 할지 모르겠다. 핵심은 국민소득 3면 등가의 법칙에 의해, 지출 관점에서도 또는 소득(분배) 관점에서도 GDP를 포착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GDP가 무적의 만능 지표는 아니다. 세상에는 GDP가 포착하지 못하는 수많은 경제적 활동과 후생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가사 노동이나 지하 경제, 미세 먼지 같은 환경 요인, 여가 생활, 기타 정치 및 사회 성숙도 등이 그러하다. 동시에 첨단 제품의 대중화와 정보 통신 기술의 발전, 4차 산업 혁명과 공유 경제 확산 등 점차 비전통적이고 복잡한 경제 구조로 진화해 갈수록 최종 생산물 시장 가치의 단순 합인 GDP가, 과연 사회의 경제적 후생을 제대로 반영하는가 의문이 제기될 수 밖에 없다. 더불어 소득 양극화 등 부의 분배 구조 왜곡이 심화되는 오늘날과 같은 상황에서는, 생산 가치의 총합을 단순히 인구로 나눈 1인당 GDP 역시 과연 국민의 경제적 후생 적절히 대표하는가 의문이다. 


 경제 후생 지표로서 GDP의 문제점은 그 태생에서부터 일정 부분 내재 되어있던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국민소득통계는 20세기 초 효율적 국가 경제 운영 필요성에 따라 개발되었는데, 이 시기는 2차 세계 대전에 따라 전시 경제 체제가 운영되던 시기이기도 했다. 따라서 전시 물자 공급을 위한 국가의 생산 활동이 매우 중요한 시기였으므로, 국내총생산 지표인 GDP가 국가 경제의 대표 지표로 활용되고 득세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몇몇 약점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명확한 통계 기준과 높은 국가 간 비교 가능성 등으로 인해 GDP는 지금도 국가 대표 경제지표로 군림하고 있다. 그리고 당분간은 그 아성을 위협할 새로운 지표의 등장이 쉽지 않아 보인다.  


                                                -우구리

관련 포스팅 : <국민소득 삼면 등가의 법칙과 항등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