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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경제 역사·이야기

필립스 곡선은 고장났나? : 필립스 곡선 평탄화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은가?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는 오랜 기간에 걸쳐 이뤄져왔다        출처 : Economist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에 대하여> 에서 살펴본 바대로, 필립스 곡선은 물가와 실업률 간 역의 관계를 나타낸다. 따라서 필립스 곡선은 좌표평면 상에서 우하향하는 형태로 그려진다. 그 우하향의 기울기가 가파르면 가파를수록, 물가와 실업률 간에는 더 선명한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위 그래프에서 나타나듯, 필립스 곡선의 기울기는 수십년에 걸쳐 점차 완만해지고 있다. 필립스 곡선의 평탄화(Flattening)인 것이다. 이는 기존에 중앙은행이 정책을 수행함에 있어 염두에 두던, 물가와 경기(실업률) 간의 트레이드 오프(Trade-off) 관계가 더 이상 성립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문제는 대체로 물가(또는 명목임금) 측면이다. 실업률이 떨어져도 물가가 오르질 않는다. 이론대로라면 실업률 감소와 함께 임금이 오르고, 소비가 활성화되며 물가가 상승해야만 한다. 중앙 은행 입장에서는 고민에 빠질 수 밖에 없다. <현대 중앙은행의 정책 프레임, 물가 안정 목표제(Inflation Targeting)> 에서 밝혔듯, 물가는 그 자체로 중앙 은행의 정책 목표이자 통화 정책 경로에 대해 시장과 소통하는 수단이기도 하다. 그런 물가에 대한 중앙 은행의 통제력이 희미해진다는 것은, 중앙 은행의 정책 프레임에 대한 근본적 의문을 제기할 수 밖에 없게 한다. 더불어 8년여 간의 통화 정책 완화기를 끝내고 긴축 싸이클에 들어서 있는 요즈음, 생각보다 강하지 않은 물가 상승률은 미국 연준의 정책 정상화 속도를 더욱 헷갈리게 한다. 그리고 이는 비단 미국만의 문제가 아닌 전세계적인 현상이다.



필립스 곡선(Phillips Curve) 평탄화의 원인


 그렇다면 도대체 왜 물가는 움직이지 않는 것일까? 최근에는 4차 산업혁명과 그로 인한 파급효과가 주요 원인으로 거론되곤 한다. 소위 아마존 효과라고 불리는 물류 유통 혁신으로 인해, 유통 비용 절감과 소매 물가 하락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E-commerce 플랫폼의 성장은 기존의 유통 채널을 대체하는 효과가 있어, 전통적인 유통업체들 역시 가격 경쟁에 참여하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4차 산업 환경에서는 소수의 선도 기업이 전체 시장을 장악하는 독과점 형태가 보편적이기에 사회 전체 관점에서 노동에 대한 소득분배율은 낮아지게 된다. 몇몇 잘나가는 기업에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은 어쨌든 제한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불어 전반적인 기술의 발전과 공장 자동화, 세계화 등은 지난 수십년에 걸쳐 노동 소득 분배율을 하락 시켜온 또다른 요인이다. 이러한 기술 주도, 글로벌 경제 체제로의 변화 속에 노조의 협상력은 약화되고 노동자들은 성장 과실의 분배에서 소외되기 십상이다. 이로 인한 임금 상승률의 정체는 결국 물가 상승률 부진으로 이어진다. 이래저래 노동자가 살기 힘든 세상이 되어 간다.



 최근 들어 미국에서 다시 인플레이션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미국 경기의 호조 전망과 빠르게 상승 중인 유가가 그 배경이다. 과연, 앞으로 필립스 커브가 살아 돌아올 것인지, 아니면 이미 관뚜껑을 닫고 재기불능이 되어버린 것일지...차차 지켜보도록 하자.


- 우구리


<참고자료>

이승훈. 미국 Core PCE는 왜 못 오르고 있나. 메리츠종금증권.

신정근. 필립스곡선과 통화정책. KDB산업은행.